Intro
두 가지 상황에 알맞은 질문은 어떤 것인지 한 번 맞춰봐요.
상황1: 아빠와 아이가 같이 앉아 대화를 하고 있어요. 아빠가 아들에게 물어요. “오늘 학교 갔었어?” 이 질문을 영어로 바꾸면 어떻게 될까요?
(1) Did you go to school today?
(2) Have you gone to school?
상황2: 엄마가 슈퍼마켓에서 막 돌아와 식료품을 정리하고 있는데, 아이가 와서 물어봐요. “엄마, 수퍼마켓 다녀왔어요?” 적절한 영어 표현은 뭘까요?
(3) Mom, did you go to the supermarket?
(4) Mom, have you been to the supermarket?
어떤 문장이 각 상황에 어울리는지 지금은 잘 모르셔도 됩니다. 이 글을 다 읽고 나시면 답이 명확해 질테니까요.
영어의 단순 과거와 현재완료는 한국어로 하면 어떤 느낌일까?
한국어에서 영어의 단순 과거처럼 쓰이는 표현들은 이런 거에요: 나 때는 말이야…, 내가 왕년엔…, 우리 어렸을 땐..., 그 때 기억나?’ 이런 식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들의 시제는 영어의 단순 과거와 많이 닮았어요. 과거 한 시점에 일어났던 일이면서 그 이야기를 하는 지금 현시점과는 전혀 상관이 없으니까요. 누군가 왕년의 영광을 이야기하면 그 사람의 현재는 더 이상 화려하지 않다는 걸 우린 잘 알고 있죠.
반면에, 한국어에는 현재완료라는 시제는 따로 없어요. 물론 영어에서 현재완료로 표현하는 상황을 우리도 실생활에서 많이 표현하지만 딱히 그 상황을 시제로 구분 짓지 않는 거죠. 시제로 구분 짓지 않아도 한국인들은 대화가 일어나는 맥락과 주변 상황에서 그에 상응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아래 두 가지 상황으로 구체적인 설명 해드릴게요.
상황1: 아이가 잠들기 전에 엄마가 물어요. “뭐했어?”
상황2: 아이가 얼굴과 몸에 온통 밀가루를 뒤집어쓰고 엄마에게 왔어요. 엄마가 물어요. “뭐했어?”
상황1과 상황2에서 엄마는 모두 같은 시제, 과거형을 사용해 질문해요. 그럼에도 각 상황에서 아이는 엄마 질문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합니다. 상황1에서 아이는 아마 이렇게 생각할 거에요.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점이니 이미 지나간 일을 얘기하란 말이군‘. 상황2에서는 아이는 아마 다른 생각을 하겠죠? ‘현재상태의 날 보고 놀란 걸 보니 내가 뭘 해서 지금 이런 상황인지 궁금한거군.’
그런데 영어 원어민들은 말하는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대화의 배경보다는 오가는 말 자체의 정보에 많이 의지합니다. 그래서 말하는 이도 내뱉는 말에 자신의 의도를 정확히 나타내야 해요. 어떻게요? 시제를 이용해서요. 그래서 상황1에서 엄마는 이렇게 말해요: What did you do today? Did you 로 물었기 때문에 듣는 사람은 현재 상태와는 상관없는 지나간 일을 말하란 걸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상황2에서는 이렇게 묻습니다: What have you done?’ Have you으로 물었기 때문에 듣는 이는 지금상태에 대한 질문으로 이해할 수 있는 거에요. 다른 상황도 볼까요?
상황3: 점심식사를 하러 가족이 모였을 때 엄마가 아빠에게 물어요. “아침에 밖에 나갔다 왔어요?”
상황4: 아이가 비 오는 날 밖에 나갔다 진흙투성이 신발을 신고 집안으로 들어와 카펫이 엉망이 됐어요. 엄마가 이렇게 물어요. “밖에 나갔다 왔니?”
상황3에서 아빠는 엄마의 질문에 이렇게 생각할 거에요. ‘지금은 점심이니 이미 지나간 아침의 행적이 궁금한거군.’ 반면 상황4에서 아이는 엄마의 질문을 이렇게 받아들일 거에요. ‘지금 엉망진창인 이 신발상태로 카펫을 더럽힌 걸 보고 내 신발이 어디서 이렇게 됐는지 궁금한거군.’ 그럼 영어로는 각 상황에 알맞은 질문은 어떻게 될까요? 이제 좀 아시겠죠? 상황3에선 ‘Were you outside this morning?’ 이 되어 지금 상태와 상관없는 과거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되고, 상황4에선 ‘Have you been outside?’ Have you로 물으면서 과거의 행적과 연관된 현재 상태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됩니다.
왜 한국어에는 완료시제가 없을까?
그런데 이쯤 되면 궁금하실 수도 있어요. 왜 한국어에는 현재완료가 없을까? 그에 대한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배경을 중시하는 동양 문화의 영향일 거에요. 동양 문화권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대상을 볼 때 그 배경도 중요하게 인식합니다. 그러니 동양권에선 나만 중요하지 않아요. 내 주변의 사람들, 나와 그들과의 관계도 중요하죠. 이에 비해 서양의 문화는 훨씬 개인주의적이에요. 그림을 볼 때도 동양인들은 그림의 주인공뿐 아니라 그 배경에 놓인 물건에도 관심을 쏟아요. 서양인들은 그에 비해 그림의 주 대상인 주인공을 보는 데 훨씬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요. 그 뿐 아니에요. 인물사진을 찍을 때도 서양인들은 정말 인물 위주로 찍는 경우가 많아요. 반면에 동양인들은 사진 속 인물뿐 아니라 그 인물이 놓인 배경도 중요하죠. 왜 우리, 정말 멋진 배경 속에 내 모습이 정말 점처럼 찍힌 사진 한 두 장은 다 갖고 있잖아요? 이런 문화와 세상을 인식방식은 그대로 언어에 투영됐어요. 한국어뿐 아니라 일본어, 중국어에도 영어처럼 세분화된 시제를 사용하지 않고, 당연히 완료 시제도 존재하지 않아요. 굳이 시제구분을 명확히 하지 않아도 맥락과 정황으로 대화 중 서로의 의도가 충분히 파악 가능하니까요.
단순 과거와 현재완료 구분 연습
그럼 우리 단순과거, 현재완료 개념이 잘 잡혔는지 예문을 몇 개 더 살펴볼까요?
(5) Q: Where was Dad this morning? A: Dad went to the supermarket. 아빠 아침에 어디 계셨니? 슈퍼마켓에 가셨어요.
(6) Q: Where is Dad? A: Dad has gone to the supermarket. 아빠 어디 계시니? 수퍼에 가셨어요.
(5)와 같은 대화가 나오는 상황은 이래요. 시간 상으로 아침은 이미 지나갔고, 아빠는 수퍼 갔다 이미 돌아오셨어요. 왜냐면 수퍼에 간 건 더이상 아빠의 현재의 상태가 아니니까요. ‘내가 왕년엔 잘 나갔지’, 이런 느낌으로 ‘아빠가 아침에는 수퍼에 갔지’, 이런 뉘앙스로 말한 문장입니다. 반면 (6)의 대화는 아빠의 지금 현 상황에 대한 이야기에요. 당연히 이 상황 속 아빠는 아직 슈퍼마켓수 가신 상태고 아직 집에 안계신거죠.
(7) Jane lived in Paris for a year. 제인은 1년간 파리에 살았다.
(8) Jane has lived in Paris for a year. 제인은 1년간 파리에 살고 있다.
(7)의 느낌, 이제 아시겠죠? ‘제인이 왕년에 파리에 1년간 살았잖아.’ 이 문장은 현재상태와 전혀 상관 없는 과거의 사건을 얘기하니 제인은 더이상 파리에 살고 있지 않는다는 의미를 내포해요. 그럼 (8)을 볼까요? 이 문장은 기본적으로 현재상태에 대한 문장이에요. 그러니 제인은 지금 현재 파리에 있고, 그 상태는 1년전 과거부터 지속돼 오고 있는 거에요.
Outro
그럼 intro에서 봤던 문장 네 개를 다시 볼까요?
(1) Did you go to school today?
(2) Have you gone to school?
(3) Mom, did you go to the supermarket?
(4) Mom, have you been to the supermarket?
아빠가 아들에게 ‘오늘 학교 갔었니?’라고 묻는다면 영어로 알맞은 질문은 뭘까요? 네, 맞아요. (1)으로 묻습니다. 학교에 간 건 이미 지난 일이고, 아빠 앞에 앉아있는 아들의 현재 상황과 상관이 없으니까요. 반면에 (2)으로 묻는 건 사실 아예 말이 안돼요 왜냐면 이건 바로 앞에 앉아있는 아들에게 ‘너 지금 학교에 간 상태니?’라고 묻는 거니까요.
엄마가 방금 마켓에서 돌아와서 식료품을 정리하고 있어요. 아이가 와서 물어요. 엄마 수퍼마켓 다녀오셨어요? 영어로는 어떻게 물을까요? 네, (4)로 묻습니다. 수퍼에 갔다온 상태는 식료품을 정리하는 현재도 지속 돼고 있으니까요. 참고로, ‘have been to the market’과 ‘have gone to the market’은 아주 다른 의미를 지녔어요. Have been을 쓰면 갔다 온 상태를 말하고, have gone이면 아직 가 있는 상태가 되니까요. 반면에 (3)으로 물으면 마치 경찰이 사건을 수사할 때 질문을 하는 것처럼 지금은 알 수 없는 과거의 사실을 확인하는 듯 들려요. 그래서 이 상황에서는 부자연스럽죠.
그럼 오늘 글을 마무리하기 전에 정리 한 번 해볼까요? 단순 과거는 과거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나타내고, 그 사건은 현재상태와는 전혀 관련 없어요. 현재완료는 기본적으로 현재상태에 대한 표현이에요. 과거에 일어난 일로 영향을 받는 현재상태를 말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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